달러는 왜 세계 공통 화폐가 되었을까? 꼭 알아야 할 4가지 이유

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달러가 정말 자주 나온다. 미국 이야기가 아닌데도 달러 환율이 등장하고, 기름값이나 금값을 설명할 때도 달러가 따라온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면서 환율을 찾아볼 때도 마찬가지다.

세계에는 수많은 나라와 돈이 있는데 왜 하필 달러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처음에는 미국이 잘사는 나라니까 당연한 것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자료를 하나씩 찾아보니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전쟁과 금, 국제 거래, 미국의 금융시장이 오랜 시간 연결되면서 지금의 달러가 만들어졌다.

정확히는 달러가 모든 나라에서 사용하는 세계 공통 화폐인 것은 아니다. 다만 국제 거래에서 워낙 많이 사용돼 세계의 중심 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쉽다.

미국이 강해졌다

달러가 세계적인 돈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경제력이 크게 강해졌기 때문이다. 널리 사용되는 돈이 되려면 결국 그 돈을 발행하는 나라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두 번째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는 공장과 도시가 파괴돼 경제를 다시 일으켜야 했다. 반면 미국은 강한 생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나라가 미국에서 기계와 원료, 상품을 구입하는 일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달러가 필요한 곳도 많아졌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서 의외였던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세계가 달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미국과 거래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달러를 받아도 다시 사용할 곳이 많아졌고, 이것이 달러에 대한 신뢰를 키웠다.

동네 대부분의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생각하면 쉽다. 쓸 수 있는 곳이 많다면 받는 사람도 부담이 없다. 달러 역시 미국의 커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용할 곳이 늘었고, 이것이 세계로 퍼지는 출발점이 됐다.

금과 연결됐다

달러의 위치를 확실하게 굳힌 것은 금과의 연결이었다. 천구백사십사년 전쟁 이후의 경제 질서를 논의하면서 여러 나라의 화폐를 달러와 연결하고, 달러는 다시 금과 연결하는 체계가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금 한 온스를 삼십오 달러로 정했다. 쉽게 말하면 여러 나라 돈의 기준에 달러가 있고 그 달러 뒤에는 금이 있었던 것이다.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 왜 각국이 달러를 믿었는지가 조금 이해됐다. 돈은 결국 다른 사람도 그 가치를 인정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체계도 영원하지 않았다. 세계에 달러가 많이 풀리면서 미국이 가진 금만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천구백칠십일년 금과 달러의 직접 교환이 중단됐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달러의 힘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세계가 이미 달러로 거래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금이라는 받침대는 없어졌지만 수십 년 동안 만들어진 달러 중심의 거래망은 남았다.

결국 금은 달러를 세계 중심으로 올려놓는 발판이 되었고 이후에는 오랫동안 쌓인 신뢰와 사용 경험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많이 써서 편하다

지금도 달러가 강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돈은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다른 사람에게 건네기도 쉽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원료를 구입한다고 해보자. 상대방이 원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우리 기업도 상대국의 화폐가 낯설다면 거래가 번거롭다. 이럴 때 양쪽 모두 익숙한 달러로 가격을 정하면 훨씬 편하다.

실제로 국제 외환시장에서도 달러는 대부분의 거래에 한쪽 통화로 등장할 정도로 많이 사용된다. 각국 중앙은행이 비상시에 사용할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외환에서도 달러의 비중이 가장 크다.

결국 달러가 강해서 사람들이 쓰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계속 사용하기 때문에 달러가 강한 면도 있다. 주변 사람이 모두 사용하는 연락 수단을 혼자 바꾸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이미 만들어진 거대한 사용망이 지금의 달러를 지탱하고 있다.

금융시장도 크다

달러가 지금까지 중심 통화의 자리를 유지하는 데에는 미국의 큰 금융시장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계적인 돈이 되려면 결제할 때 편한 것뿐 아니라 큰돈을 보관하고 필요할 때 쉽게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국채다. 어렵게 들리지만 정부가 돈을 빌리면서 발행하는 증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국 국채 시장은 규모가 크고 거래도 활발하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이 달러 자산을 운용하기 좋다.

예전에는 외환보유액이라고 하면 중앙은행 창고에 달러 지폐를 산처럼 쌓아두는 모습을 막연히 떠올렸다. 하지만 실제로는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외화 자산을 관리하는 개념에 가깝다. 그래서 얼마나 쉽게 사고팔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달러의 힘은 미국이 부자 나라라는 사실 하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달러를 사용하는 사람과 기업이 많고 그 돈을 움직일 수 있는 거대한 금융시장까지 있다는 점이 함께 작용한다.

유로는 왜 못 넘었을까

여기까지 알아보면 자연스럽게 유로는 왜 달러를 대신하지 못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유로 역시 세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중요한 통화지만 달러가 수십 년 동안 만들어놓은 거래망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기업은 이미 달러로 거래하고 중앙은행도 달러 자산을 많이 보유한다. 금융시장에서도 달러가 널리 사용된다. 한 분야에서 달러 사용이 많으면 다른 분야에서도 달러를 선택하기 편해지는 구조다.

새로운 연락 수단이 아무리 좋아도 가족과 친구, 회사 사람들이 모두 기존 것을 사용한다면 혼자 바꾸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결국 달러의 강점은 단순히 화폐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만들어진 사용망에도 있다.

석유와도 관련 있다

국제 유가를 보면 가격이 달러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다. 석유를 비롯한 여러 국제 원자재 거래에서 달러가 널리 사용돼왔기 때문이다. 이 역시 세계적으로 달러가 필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석유는 자동차 연료뿐 아니라 운송과 공장, 여러 산업에 사용된다. 석유를 해외에서 사오는 나라가 많으니 거래에 달러가 사용되면 자연스럽게 달러에 대한 수요도 생긴다.

다만 석유 때문에 달러가 세계 중심 통화가 됐다고만 이해하면 너무 단순하다. 달러의 위치는 무역과 금융, 외환보유, 미국 경제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석유 거래는 그 힘을 설명하는 여러 조각 가운데 하나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우리 생활에도 가깝다

달러 이야기는 거대한 세계 경제에만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우리 생활과 가깝다.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이 환율이다.

천 달러짜리 물건을 해외에서 산다고 생각해보자. 한 달러가 천이백 원이면 백이십만 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 달러가 천사백 원으로 오르면 같은 물건에 백사십만 원이 들어간다. 물건값은 그대로인데 우리 돈으로는 이십만 원이 더 필요한 것이다.

해외여행이나 해외 결제뿐 아니라 원유와 원료를 수입하는 기업에도 이런 변화가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오는 기업에는 다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달러가 오른다고 무조건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부분까지 알고 나면 경제 뉴스에서 달러 환율을 매일 이야기하는 이유가 조금 선명해진다. 달러는 미국에서만 쓰는 돈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거래를 연결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달러는 정말 세계 공통 화폐인가요?
정확히는 아니다. 각 나라는 자기 화폐를 사용한다. 다만 국제 무역과 금융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세계 중심 통화라고 부른다.

달러는 지금도 금으로 바꿀 수 있나요?
과거처럼 미국 정부가 정해진 가격으로 달러를 금과 교환해주는 제도는 없다. 천구백칠십일년에 직접적인 교환이 중단됐다.

유로가 달러를 대신할 수 있나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달러가 오랫동안 만들어놓은 국제 거래와 금융의 사용망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단기간에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석유 때문에 달러가 강한 건가요?
석유와 여러 원자재가 달러로 거래되는 것은 달러 수요를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달러의 지위를 설명할 수는 없다.

달러의 힘은 줄어들고 있나요?
각국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보다 낮아졌다. 그렇지만 국제 금융과 외환 거래에서는 여전히 가장 영향력이 큰 통화다.

달러 환율이 오르면 무조건 나쁜가요?
그렇지는 않다. 수입이나 해외여행에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달러로 수출 대금을 받는 기업에는 다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마무리글

달러가 왜 세계 공통 화폐처럼 쓰이는지 처음 궁금했을 때는 미국이 강한 나라라서 그렇다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씩 연결해보니 훨씬 긴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세계대전 이후 강해진 미국, 금과 달러를 연결했던 국제 질서, 세계 곳곳에 퍼진 달러 거래, 그리고 큰 미국 금융시장이 차례로 이어져 지금의 달러가 만들어졌다.

쉽게 기억하려면 네 가지만 잡으면 된다. 미국의 경제력, 금과 연결됐던 역사, 이미 많은 사람이 사용한다는 편리함, 그리고 큰 금융시장이다. 석유 거래나 달러를 보유하는 중앙은행의 선택도 결국 이 큰 흐름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환율 뉴스를 볼 때는 오늘 달러가 얼마인지 숫자만 확인하지 말고 왜 달러가 움직였는지도 한 번 살펴보면 좋다. 해외여행을 준비한다면 환율이 바뀔 때 실제 여행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계산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달러와 내 생활을 이렇게 하나씩 연결해보기 시작하면 어렵게만 보이던 환율과 금리 뉴스도 전보다 훨씬 쉽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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