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뉴스에서 환율, 금값, 기름값을 보다 보면 미국 이야기가 아닌데도 달러가 빠지지 않습니다. 달러가 전 세계의 공식 공통 화폐인 것은 아니지만, 국제 무역과 금융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중심 통화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강해진 것이 시작
달러가 세계적인 통화로 자리 잡은 출발점에는 미국의 경제력이 있습니다. 두 번째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는 공장과 도시가 크게 손상됐지만, 미국은 강한 생산 능력과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가 미국에서 기계와 원료, 상품을 구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달러를 사용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달러를 받아도 다시 사용할 곳이 많았기 때문에 달러에 대한 신뢰도 함께 커졌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세계가 달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거래하는 나라가 늘어나면서 사용 범위가 넓어진 것입니다.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라면 받는 사람도 부담이 적습니다. 달러도 사용할 나라와 기업이 많아지면서 더 편리한 통화가 되었고, 그 편리함이 다시 달러 사용을 늘리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금과 연결되며 기준이 됐다
달러의 위치를 굳힌 중요한 사건은 1944년에 마련된 전후 국제 통화 체계입니다. 여러 나라의 통화를 달러와 연결하고 달러는 다시 금과 연결하는 방식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금 1온스의 가격은 35달러로 정해졌습니다.
쉽게 말하면 각국 통화 뒤에 달러가 있고, 달러 뒤에는 금이 있는 구조였습니다. 다만 이 체계는 영원하지 않았습니다. 1971년 미국은 달러와 금의 직접 교환을 중단했습니다. 그럼에도 달러의 영향력이 바로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이미 세계 무역과 금융이 오랫동안 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이 써서 더 강하다
현재 달러가 강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원료를 구입한다고 해도 상대국 통화를 매번 새로 바꿔 사용할 필요 없이 서로 익숙한 달러로 가격을 정하면 거래가 단순해집니다.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집니다. 기업이 달러를 사용하고, 중앙은행이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금융시장에서도 달러 거래가 활발하면 다음 거래에서도 다시 달러를 선택하기 쉬워집니다. 달러가 강해서 많이 쓰이기도 하지만 많이 쓰기 때문에 다시 강해지는 구조입니다.
| 구분 | 달러가 많이 쓰이는 이유 |
|---|---|
| 국제 무역 | 서로 다른 나라의 기업이 공통 기준으로 사용하기 편합니다. |
| 외환시장 | 세계의 많은 통화 거래에서 달러가 한쪽 통화로 사용됩니다. |
| 중앙은행 |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달러와 달러 자산을 보유합니다. |
| 원자재 거래 | 석유를 비롯한 여러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달러 기준으로 표시됩니다. |
미국 금융시장이 크다
세계적인 통화가 되려면 단순히 물건을 살 때 많이 사용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큰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필요할 때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이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국채 시장입니다.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은 달러 지폐를 창고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달러 자산을 보유합니다. 시장 규모가 크고 거래가 활발하다는 점은 달러가 국제 금융에서 계속 사용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유로가 쉽게 못 넘는 이유
유로 역시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통화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통화가 등장했다고 해서 오랫동안 사용해온 달러 중심의 거래망이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의 계약, 중앙은행의 외환보유, 금융기관의 투자 등 수많은 영역이 이미 달러와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연락 앱이 더 좋아 보여도 주변 사람이 모두 기존 앱을 쓰고 있다면 혼자 바꾸기 어려운 것과 비슷합니다. 달러의 강점은 미국 경제만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만들어진 거대한 사용망에도 있습니다.
환율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
달러는 세계 경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생활에도 꽤 가까이 있습니다.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원달러 환율입니다. 해외여행, 해외직구, 원유와 원재료 수입 가격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0달러짜리 물건을 산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1달러가 1,200원이라면 약 120만 원이 필요하지만 1달러가 1,400원이 되면 약 140만 원이 필요합니다. 상품의 달러 가격은 그대로인데 환율 변화만으로 원화 부담이 약 20만 원 늘어난 것입니다.
금리 전망이 바뀌면 달러를 사고팔려는 움직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이나 국제 정세가 불안해질 때 달러 수요가 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율은 미국 상황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상황의 영향도 함께 받습니다.
해외여행인지, 해외결제인지, 수출입 기업인지에 따라 환율 상승의 영향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달러는 정말 세계 공통 화폐인가요?
달러는 지금도 금으로 바꿀 수 있나요?
석유 때문에 달러가 강한 건가요?
유로가 달러를 대신할 수 있나요?
달러가 오르면 해외여행 비용도 비싸지나요?
달러 환율이 오르면 무조건 나쁜가요?
마무리
달러가 세계에서 중심 통화처럼 쓰이는 이유는 미국이 강한 나라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세계대전 이후 커진 미국 경제, 금과 연결됐던 국제 통화 체계, 이미 널리 퍼진 달러 거래망, 그리고 큰 미국 금융시장이 오랫동안 겹쳐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앞으로 환율 뉴스를 볼 때는 달러 가격 숫자만 보지 말고 미국 금리와 세계 경제 상황, 우리나라 경제까지 함께 살펴보세요. 왜 달러가 움직였는지를 같이 보면 어렵게 느껴졌던 환율 뉴스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