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책 교환 모임 참여 절약 책값 없이 독서량만 늘린 기록을 공유합니다.
책장을 정리하다가 문득 손이 멈췄던 날이 있었습니다. 이미 읽은 책들이 줄지어 꽂혀 있었고, 한동안 손대지 않은 책들도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다시 펼칠 가능성은 높지 않은데도 그냥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제야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쌓아두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아내는 요즘 책장이 유난히 답답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큰딸은 학교에서 읽을 책이 많아 집에 있는 책을 다시 볼 여유가 없다고 했고, 둘째아들은 같은 책은 왜 또 안 읽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막내딸은 바닥에 책을 쌓아 올리며 작은 탑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묘하게 지금 상황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책이 읽는 대상이 아니라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이 되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중고책 교환 모임이라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새 책을 사는 대신, 이미 읽은 책을 다른 사람의 책과 바꾸는 방식이라는 점이 단순하게 다가왔습니다. 책값을 쓰지 않아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조금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시작
중고책 교환 모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책장을 다시 바라보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읽지 않을 책을 계속 보관하는 게 맞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됐고, 아내도 이 책들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재미있을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습니다.
큰딸은 자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은 다른 사람도 읽어보면 좋겠다고 했고, 둘째아들은 그러면 집에 책이 좀 줄어드느냐며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막내딸은 표지가 예쁜 책을 들고 와서 이건 꼭 바꿔야 하냐며 웃었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며 책을 고른다는 게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기억과 취향을 정리하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실천
교환 모임에 참여한 날, 한자리에 모인 책들의 풍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손을 거쳐온 책들이었지만 낡았다는 느낌보다는 각자의 시간이 담겨 있는 물건처럼 보였습니다. 새 책에서 느끼는 반듯함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도 자연스럽게 달라졌습니다. 서점에서는 제목이나 추천 문구에 먼저 시선이 가지만, 이곳에서는 누가 어떤 이유로 이 책을 가져왔는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아내는 평소 잘 읽지 않던 분야의 책을 골랐고, 저는 오래전부터 관심만 두고 미뤄왔던 주제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큰딸은 또래가 읽었을 법한 책을 발견하고 반가워했고, 둘째아들은 그림이 많은 책 위주로 살펴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막내딸은 바닥에 책을 펼쳐 놓고 표지를 하나씩 넘기며 놀았는데, 그 모습이 이 공간의 분위기를 더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변화
집으로 돌아와 책장을 다시 채우는 순간,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의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책장이 훨씬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새 책을 샀을 때와는 또 다른 종류의 만족감이 남았습니다.
책을 사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들자 독서에 대한 마음도 한결 느슨해졌습니다.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압박 없이 책을 펼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오히려 책을 더 자주 손에 들게 됐습니다. 아내도 요즘 책 읽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큰딸은 집에서 책 이야기를 더 자주 하게 돼서 좋다고 했고, 둘째아들은 중간에 덮어도 괜찮다는 점이 편하다고 했습니다. 막내딸은 자기가 고른 책이 집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장을 자주 열어봤습니다. 책이 다시 가족의 일상 한가운데로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느낌
중고책 교환 모임 참여 절약 책값 없이 독서량만 늘린 기록을 돌아보면, 책을 소유하는 방식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사지 않아도 충분히 읽을 수 있고, 이미 읽은 책이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책을 고르며 나눴던 대화, 아이들이 각자 고른 책을 설명하던 장면들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책값을 아꼈다는 결과보다, 책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는 점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혹시 책장을 바라보며 비슷한 생각이 든 적 있으신가요. 이미 읽은 책들 사이에서 아직 만나지 못한 이야기가 조용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